경기문화재단, 간토대학살 100주기 한∙일 추모문화제 '간토, 100년의 침묵' 개최간토대학살 참극에 희생된 모든 이들을 추모하며, 한∙일 역사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의 하모니
[경기북부일보=박다솜 기자]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한∙일 시민이 함께하는 추모문화제 '간토, 100년의 침묵'을 오는 12월 9일 오후 7시 경기도 성남 가천대학교 예음홀에서 개최한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지방에 일본 역사상 최악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켜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삽시간에 퍼지고 소위 자경단이란 조직이 급조되어 조선인 대학살이 시작됐다. 일본 관헌의 감시를 뚫고 조선인 피해를 조사한 이재동포위문반의 조사 보고에 따르면 최소한 6,661명이 무참히 학살됐다. 100년이 지나는 동안 사건의 진상과 내막은 여러 증거와 연구 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의 날조된 선동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분명히 밝혀졌다. 그럼에도 100년이 된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진상규명이나 사과는 커녕 학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00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간토대학살 참극에 희생된 모든 이들을 추모하며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100년의 침묵‘을 깨뜨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뜻을 함께 모았다. 평화를 사랑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시민들의 문화공동체인 한국 평화의나무합창단, 대학살의 현장이었던 일본 사이타마현(縣)에서 온 65년 전통의 순수 민간단체 사이타마 합창단, 재일 한국인 2세 가수 이정미, 때묻지 않은 십대의 하모니 경기소년소녀합창단, 승무 예능보유자 고(故) 이애주 명무를 잇고 있는 이애주한국전통춤회 그리고 문화 취약계층을 돕는 엠클래식오케스트라가 문화교류를 통해 한∙일간 역사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갈등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앞날을 한목소리로 기원한다. 음악감독을 맡은 이용주 지휘자는 이번 추모문화제의 의의를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이미지 혹은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완전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타인의 기억과 기록에 의존하여 조합하는 방법으로는 사건을 온전하게 서술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답답하더라도 한 곡 한 곡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 지금 여기 사는 음악가가 해야 할 의무입니다. 비록 당시의 목격자는 아니지만 남겨진 자로서 후대에 증언을 전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사이타마 합창단의 오자와 부단장은 “앞서 2010년 8월 '강제병합 100년 한-일 시민의 합창' 때와 마찬가지로,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일본과 일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뜻을 간직한 채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추모의 마음과 함께 간토의 진실을 직시해 그릇된 역사를 절대로 또다시 반복하지 말고 다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기원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취지를 전했다. 추모문화제 1부의 주제는 '간토의 기억 100년'이다. 희생자의 넋을 불러 모아 진혼을 준비하는 이애주한국전통춤회의 넋전춤을 시작으로 잔인한 대학살의 현장을 오라토리오 형식의 합창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번 추모제를 위해 이용주 지휘자가 창작한 '간토의 유언비어', '간토대학살', '학살자들의 행진'을 평화의나무합창단이 부른다. 이어 사이타마 합창단이 합류해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 '희생자들을 위한 장송곡'을 함께 부른다. 2부는 '참회와 화해'이다. 대지진 때 간토지역에서는 2만여 명의 조선인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아리랑 노래에 실어 삭이며 막노동이나 행상 등으로 겨우 생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살의 광기가 휩쓸던 그날, 이들 조선인이 죽음으로부터 숨을 수 있도록 문을 열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일본인도 있었다. 그때처럼 한일 시민들이 서로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시공간을 음악으로 연출한다. 경기소년소녀합창단이 동요 '오빠생각', '반달' 그리고 일본 동요 '아카톰보'(고추잠자리)와 한국의 아리랑을 묶어 편곡한 '아카톰보 아리랑'을 부른다. 이어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가 자작곡 '케이세이센'(경성선)으로 어릴 적 동네를 달리던 나리타-하네다 전철 노선에 얽힌 억울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어 3부에서는 '평화와 화합의 대합창'이 이어진다. 먼저 사이타마 합창단이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진실을 정면으로 맞설 때가 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그것은 언제?', 마더 테레사의 글을 노랫말 삼아 작곡한 '주세요, 당신의 마음이 아플 정도로'를 부른다. 이어 사이타마와 평화의나무합창단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말고 끝내 살아내자고 외치는 '인간의 노래'를 우리말과 일본어 가사로 주고받는다. 마지막으로, 한∙일 두 나라와 동아시아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기원하며 출연진 전원이 함께 '평화를 위한 대합창', '평화의 행진'을 합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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