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일보=박다솜 기자] 서울성동구FC투게더(이하 FC투게더)는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1라운드에서 도전을 멈췄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클럽의 비전은 단순히 K5리그 팀이라고 하기엔 원대하고 명확했다. 9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1라운드에서 FC투게더(K5)가 거제시민축구단(K4)에 1-6으로 패했다. 2골을 먼저 내준 FC투게더는 전반 34분 김동영의 득점으로 한 골을 만회하며 이변을 기대했지만, 후반전 들어 4골을 내리 내주며 패배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당초 FC투게더의 목표는 1라운드 승리가 아니었다. K5리그 팀으로서 코리아컵에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명확하게 보여주자는 것이 목표였고, 상위리그 팀을 상대로 한 골을 넣는 등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미드필더로 출전한 윤영웅 플레잉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작년 K5리그 챔피언십 8강에 오르면서 코리아컵 진출권을 얻었다. 상대 팀에는 매일 훈련할 수 있는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있지만 우리는 아마추어팀 특성상 그렇지 못하다”며 “체력은 열세에 놓여 있지만 코리아컵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축구를 펼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끝없는 전술 공부... 한국의 ‘AT 마드리드’를 향해 FC투게더가 이번 경기에 들고 나온 시나리오는 명확했다. 수비 라인을 내려 상대 공격을 틀어막은 후 단 한 번의 역습이나 세트피스를 살려 일격을 가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통했다. FC투게더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상대에 시종일관 주도권을 내줬지만 전반 34분 단 한 번의 역습을 살려 득점으로 연결 지었다. 이 패턴은 윤영웅 감독의 전술 아래 철저하게 준비된 패턴이었다. 윤 감독은 “작년 리그 2라운드에서 패배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4백에서 3백으로 변화를 줬고 지금까지도 사용해왔다. 덕분에 수비 안정화를 찾았는데 평소 AT 마드리드(스페인)나 인테르(이탈리아)의 전술을 참고하며 공부한다”며 “덕분에 강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해법이 있었다. 결과는 못 챙겼어도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줬을 거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K3리그에서 잠깐 활약하긴 했지만 프로 경험이 없는 윤 감독이 이러한 전술 능력을 발휘하는 건 끝없이 공부하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선수 생활을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한 후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을 전공해왔고, 최근에는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윤 감독은 “K리그1이나 K리그2에서 뛴 경험이 없다는 건 약점이 될 수 있다. 팀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도 있어서 선수단에 전술 지시를 제대로 하려면 나부터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주장 이대호는 “감독님께서 전술 공부를 워낙 많이 하신다. 우리보다 강한 팀을 만날 땐 내려서는 플레이를 펼치다가도 상대에 따라선 주도적인 축구도 펼치신다”며 “K5리그 팀이더라도 전술 트렌드를 따라갈 줄 아는 분이다. 덕분에 팀 분위기도 좋고 나 역시 팀에서 재밌게 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팀 전력분석관 배출 사례까지 만들다 대부분의 K5리그 팀이라면 과거 프로리그에서 뛰다 자리를 잡지 못해 다시 프로 진출을 노리거나 한 번에 상위 리그에 데뷔하지 못한 선수들을 모아 그들의 재기를 도와주고자 한다. 이는 FC투게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FC투게더는 선수 외에도 특별한 배출 사례를 지니고 있다. 전술을 공부하는 팀답게 프로팀에서 근무하는 전력분석관을 배출한 것이다. 지난달까지 FC투게더에서 윤영웅 감독을 돕던 전력분석관은 프로팀에 채용됐는데, 현재 FC투게더의 전력분석관이 공석인 것도 그 때문이다. FC투게더 주효진 사무국장은 “FC투게더는 감독과 코치 외에도 전력분석관을 항상 보유하고 있었다. 원래 FC투게더에 있던 전력분석관이 우리 팀에서 했던 업무들을 포트폴리오 삼아 광주FC(K1)의 전력분석관으로 채용됐고, 현재는 부천FC(K2)에서 근무하고 있다. 팀이 시스템을 갖추면서 단순히 선수들의 재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책의 사람들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새로운 목표 : K5리그 최초의 산하 유소년 팀 보유 이렇듯 많은 선례를 만든 FC투게더가 이루고자 하는 건 K5리그 최초의 산하 유소년 팀 운영이다. 윤영웅 감독은 “작년까지의 목표는 여성팀을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올해 창단하면서 하나의 꿈을 이뤘다. 올해 들어 다짐한 건 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훗날 FC투게더 산하 유소년 팀을 운영하자는 것이다”라며 “어린 선수들 중에서도 곧바로 프로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그 선수들이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이러한 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일본에서 넘어와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렌 후지노는 “원래 영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축구생활도 병행했지만 일본인으로 유럽에서 사는 게 쉽지가 않더라. 그러던 중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한국에 처음 들어왔고, 축구팀을 찾다가 FC투게더가 눈에 들었다”며 “SNS를 통해 FC투게더를 알게 됐는데 팀의 매니지먼트와 감독님의 비전이 놀라웠다. 이들과 함께 해 행복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주효진 사무국장은 “K5,6,7이라는 디비전 리그의 취지에 맞는 팀을 만들고 싶다. 팀의 확고한 비전 덕분인지 어느덧 그저 취미로 축구를 해보려는 선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구에 임하는 선수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며 “그만큼 선수를 포함한 모든 인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팀에 소속돼있다. 투게더라는 팀 이름에 걸맞게 다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경기북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